책장을 정리하며…

그간 사놓고 보지도 못한 책들을 하나 둘씩 꺼내 읽으며 절실히 느낀 점 하나가 있다면… “다독은 독이다.”이다. 지식 or 지혜를 얻고자 했던 나의 노력은 되려 사고를 혼란스럽게 만들뿐만 아니라 해야 할일(독서, 정리, 처분 등)을 늘림으로서 심적인 부담을 안게 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주말 늦은 저녁 문득 사무실에서 책장 정리를 시작하면서 과감하게 구입 후 펼쳐 보지도 않은 책도 대략적인 내용만 훑어 내면서 한권 두권 버리기 시작하였다. 아깝지만 마음에 쌓아두고 부담을 느낄 바에는 과감하게 버리고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하였다.

버리고 정리하면서 내 스스로가 참으로 바보 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오프라인 서점을 가지 않고 신작이라면 구매를 하는 편이다 보니 발생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하나 같이 책들이 겉표지와 제목만 번지르르하거나 자극적일뿐 내용은 짧은 시간 동안 웹서핑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의 말 늘리기 수준이라 해도 될 정도로 형편없었다.

순간… “당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좌뇌와 우뇌를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즐겨보고 아끼던 책들은 하나 같이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고전 서적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 스스로도 조금은 건방질 정도로 평균 이상으로 똑똑하거나 잡학다식하거나.. 뭐 여하튼 아는 거좀 있다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저 헛웃음만 나오게 만드는 상황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조심스럽게 다짐하나 할까 한다.

앞으로 고전서적 또는 검증된 서적을 제외하고서 호기심 또는 국내 번역서로 출간된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된다면 무조건 ‘원서’로 읽기로 말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이젠 책도 짐이다. 여러권도 필요치 않다. 기본서 또는 중요 서적 몇권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후에는 나의 노력에 의해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야 함을 잊었다. 어쩌면 그로인해 그동안 안일하게 다른 지식인들의 생각에 기대어 똑똑한척 버텨온것 일런지도 모를 일 이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약 40여권을 정리하고 10여권은 친구에게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도 수백권이 남아 있다. 헌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절판되고 오래된 책들이었다. 이젠 출판사에서도 책을 인스턴트식으로 내는 것인지 그래서 그리도 자극적이고 세상의 진리와 정답을 담고 있는것 마냥 광고를 해대는지… 하기사 나 같은 놈들이 생각없이 결제하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내 취미 목록에 하나가 사라질 듯 하다.

책 수집.

아마도… 새롭게 책을 수집하게 된다면 그것은 원서 또는 전자 책이 될터.

이렇게… Kindle Voyage를 지를 명분을 만들어가게 되는데…..

ps.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펼쳤더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 공유차 함께 적어 둡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from.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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